HRD/HRD 전략
제2의 인생준비- 용접학원
배권수
2009. 6. 18. 20:08
[金과장 & 李대리]
불황기, 직장인이 사는법‥"제2인생 준비" 용접학원 다니는 화이트칼라들
주말.야간 활용 자격증 따기 열풍
호프집.인터넷몰 등 투잡족 늘어
풀코스 마라톤으로 스트레스 잊고
일주일에 한번 사는 로또에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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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답다. 희망퇴직,임금삭감 등 들려오는 말마다 어째 으스스하다. 불황 스트레스도 덩달아 커진다. 그렇지만 어쩌랴.이 불황에 떠밀려 가지 않으려면 어떡하든 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비 맞은 낙옆처럼 악착같이 붙어 있든지,아니면 이 기회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든지,그것도 아니라면 안 쓰고 안 먹든지 말이다.
이러다보니 각종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학원이 문전성시다. 몸이 최대 자산이라며 극한운동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런가하면 정신건강을 위해 정신과병원이나 요가학원을 찾는 사람도 눈에 띈다. '용돈 제로'에 도전장을 낸 사람도 상당하다. 나름대로 불황과 불황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한 '필살기'라는 생각에서다. 불황기,직장인들이 사는 모습이다.
◆'이참에 제2의 인생을'… 이민파 · 투잡족
대형 건설사 차장인 김모씨(41).그는 3년 전부터 회사가 끝난 뒤 시간날 때마다 서울 영등포에 있는 용접학원에 다니고 있다. 여차하면 호주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다. 이민을 위해 절대 필요한 것이 기술.김씨는 용접을 선택했다. 호주에서는 한국의 용접 기술을 인정하고 있어 한국 학원에서 발급한 수료증만 있어도 취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조만간 용접학원을 주말집중반으로 옮길 예정이다. 때가 왔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얼마 전 회사로부터 "3년치 임금을 미리 받고 나가든지,아니면 강제 구조조정 후보에 오를 것인지 선택하라"는 통보를 비밀리에 받았다. 모든 차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한 통보였다. 이 통보를 받고 김씨는 호주로 이민을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학원에 나가 보면 10명 중 2~3명이 화이트칼라들"이라며 "절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은 없겠지만 마음 고생을 하느니 몸으로 때우며 높은 임금을 받는 게 낫겠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사에 다니는 박모씨(37)는 올해 초 투잡족이 됐다. 주위에선 "번듯한 직장이 있는데 왜 무리하느냐"고 말렸지만 40대에 직장 문을 나서는 선배들을 보고 미리 준비하는 게 상책이라 결론지었다. 업종은 호프집.직장 근처인 서울 명동에 무리를 해서 가게를 열었다. 직장을 마치고 오후 8시에 가게로 가 새벽 1시까지 일한다. 박씨는 "주위를 둘러 보면 인터넷 쇼핑몰을 하든,부동산 투자를 하든 딴 주머니를 차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몸이 최대 자산'…극한운동파 · 정신과의존족
중견기업 과장인 김대균씨(43 · 가명).그는 요즘 장딴지 실근육이 파열돼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시내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건강엔 자신있었지만 조깅을 해본 것이 10년 전.과거만 믿고 마라톤에 도전했다가 3㎞도 못가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그는 "회사에서 권고사직자 리스트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느낌이다보니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어 친구와 함께 마라톤에 나갔다가 낭패를 봤다"고 털어놨다. 그는 "부상이 완쾌되면 다시 풀코스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극한운동이다보니 잡념도 없어지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아 불황기 최고의 운동"이라고 마라톤 예찬론을 늘어놨다.
경북 구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유모씨(39).그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신과에 간다. 회사 일거리가 줄면서 언제 잘려 나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런 그에게 최근 고민 하나가 더 생겼다. 최근 들어 환자 수가 폭주해 병원 예약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유씨가 다니는 신경정신과 환자 수는 하루 40~50명에서 요즘엔 100여명 가까이 늘었다. 유씨는 "직장인들이 많이 찾아와 구조조정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호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한다"고 전했다.
◆'가늘고 길게'…정년선호파 · 연월차반납족
K그룹에 다니고 있는 윤모 부장(48)은 얼마 전 임원 인사에서 또 물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기뻤다. 회사를 더 오래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입사 동기 중 가장 먼저 임원이 된 친구는 올해 초 회사를 나가야 했다. 얼마 전에는 임원 승진 6개월 만에 옷을 벗은 선배도 있었다. 임원이 되면 계약직으로 바뀌어 언제든 잘릴 수 있어 회사에 불만도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부장은 직원이다. 자존심 상하고 눈치가 보이지만 쉽게 잘리지 않는다. 윤 부장은 "요즘에는 임원으로 승진시키지 말고 직급 정년을 꽉 채워달라는 동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윤 부장 같은 사람들이 쉽게 사는 것은 아니다. 언제 희망퇴직 대상이 될지 모른다. 그런만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건 기본이다. 연월차도 '전산휴가'로 대체한다. 사내 전산망을 통해 월차나 연차를 사용한다고 보고한 뒤 그대로 출근한다. 대안이 없는 윤 부장 같은 사람으로선 어떡하든 회사에 눌러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아끼고 보자'…용돈제로파 · 로또족
대기업 A사의 9년차 직원인 이진수 과장(36).그의 관심은 온통 아끼고 덜 쓰는데 집중돼 있다. 지금과 같은 시장 침체기에서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보다는 절약이 최고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과감히 금연에 들어갔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때운다. 퇴근 후 '한잔'은 자제한지 꽤나 됐다. 가족과의 외식도 줄였고,자가용 이용도 자제한다. "곧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실질수입 감소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선 무조건 아끼고 보자는 동료들이 늘어 나는 것 같다"는 게 이 과장의 분석이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이모씨(32)는 경기침체로 최근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매주 2000원을 들여 로또복권을 사기 시작한 것.로또를 하는 동료들에게 "확률이 그렇게 낮은 곳에 10원이라도 쓰는 게 아깝다"고 비아냥대던 이씨였지만 이제는 "1000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로또를 치켜세우고 있다. 그만의 불황 스트레스 해소법인 셈이다.